천왕봉으로 산행을 떠났다.

지난 5일 이른 새벽 쌀쌀한 바람은 온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오전 7시 지리산 밑 유평마을에서 출발해 천왕봉에 닿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갯길을 거쳐 치밭목대피소∼중봉∼정상(천왕봉 1915ｍ)에 오른 뒤 능선을 타고 칼바위∼통천길까지 걷는 일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길섶에는 고도별로 약간씩 다르게 다양한 야생화들이 피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도 보였다.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색(色)이 아름답다.

구불구불 이어진 좁다란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늦가을 산행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런 자연의 조화에 나는 콧잔등이 짠해졌다.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고갯길에서 76세(남)의 지혜로운 귀인을 만났다. “무제치기폭포”지점을 물어왔다. 스쳤다. 몹시 아쉬운 기색을 했다. 일행은 적당량의 간식을 지인과 나눴었다.

대원사 계곡은 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지고 차곡차곡 이탄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집채만 한 거친 바위들도 물과 바람, 시간에 닳고 깎여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다시 산으로 붙고 계곡을 몇 차례 가로 지른 뒤 큰 암반 밑에서 일행은 8분가량 음이온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무제치기폭포 인근에서 미국인(남,부산,영어교사)을 만났다. 일행 중 한 분이 영어에 능통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렌즈에 작은 기쁨도 담았다.

계단 사다리를 거쳐 오른쪽 나무 사이에 숨은 “무제치기폭포” 전망대로 갔다.

나뭇가지를 헤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잘 보이지 않는다.

산행 할 때 바위를 무심히 넘기지 마라, 절경이 펼쳐진다.

계절이 맞지 않았을까, 아니면 감성이 부족해 눈에 띄지 않았을까. 샛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지 않았다. 2개월 전 보았는데? 한 번 더 가봐야겠다.

2014년 기준으로 지리산에는 식물 1074종, 동물 4663종, 기타 생물 961종 등 모두 6703종이 분포되어 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식수를 공급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천왕봉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왕래하는 인적이 드물다.

여기서부터 경사가 약간 부담스럽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르막길을 오르면 몸에서 열이 나고 다리가 살짝 뻐근할 즈음 평탄한 길이나 짧은 내리막이 나타나고 산을 가볍게 여길 만하면 어김없이 오르막이 등장한다.

밀고 당기기 고수 같다. 다행히 오름내림이 조화를 이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중식 후 커피 한 잔을 하는 짧은 여유도 즐겼다. 지친 몸과 마음이 따끈해졌다.

그래서 우리 곁에 다가선 완연한 가을이 더욱 반갑고 마음은 넉넉했다.

지리산 정상을 찍고 천왕봉에서 7분가량 앉아 내려다보는 주변 정상은 정교하고 멋이 서려 있어 참으로 아름다웠다.,

천왕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석봉, 연화봉, 영신봉) 등이 공존하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으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리산 전체가 하늘과 맞닿은 곳이 큰 원으로 보인 점도 신기함을 더했다.

하늘에 그려진 그림들은 하나같이 눈을 뗄 수 없는 걸작들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리산정원의 넓이가 말해주듯이 웅장하고 화려했다

산행을 마치고 지리산의 추억을 뒤로 하고 ‘고성’길에 올랐다.

일행 3인의 전원이 하루 12시간 이상의 일정을 낙오자 없이 다녀오게 하심 또한 감사드린다. * 운행책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