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바위

가지산.

이곳 쌀 바위가 유명하다.

지난 15일 마암사랑산악회(회장 신만기) 회원 24명은 가지산정상(1,241ｍ)에 섰다.

여름 내내 초록으로 뒤덮던 억새가 저마다 하얀 머리칼을 풀어 헤친 채 태양아래 눈부시게 빛나고, 산의 색깔은 어느새 오색단풍으로 변한다.

등산객의 젖은 이마를 식히는 바람이라도 불면 억새는 바다가 일렁이듯 한 몸이 되어 이리저리 은빛으로 넘실됐다.

특히 높은 산 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평원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억새밭은 영남알프스에서만 불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울산과 밀양,양산,청도의 접경에 형성된 “영남알프스”는 가지산,간월산,명축산,천황산,재약산 등 해발 1000ｍ 이상의 9개산이 이어진 곳이다.

이중 신불산,가지산,재약산 등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속한다.

산세가 수려해 등산객들은 이 일대가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만하다고 여겨 예전부터 “영남알프스”라고 불렀다.

또 재미있는 것은 쌀 바위 (米岩)의 전설이다.

옛날에 이 바위 아래에서 한 스님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스님은 먹을 양식을 산 아래 마을에서 탁발(시주)하였는데 수도에 정진하다 보니 늘 마을에 내려가지 못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스님이 새벽기도를 하러 갔다가 바위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거기에는 한 끼니의 하얀 쌀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스님은 한편으로 이상하게 여기며 그 쌀로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스님도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도 기도할 수 있었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쌀은 그 다음날도 계속하여 같은 자리에 같은 양만큼 놓여 있었다.

그제야 스님은 자신의 지극정성을 가상히 여긴 부처님께서 탁발을 면하게 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더 수도를 정진하였다.

그러나 수년 후 마을에 큰 흉년이 들었다.

쇠락해진 마을사람들은 동네로 시주를 오지 않는 스님을 이상히 여겨 수도하는 스님을 찾았고, 이 때 스님께서 바위에서 매일 일정량의 쌀이 나온다는 것을 실토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사람들은 스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쌀을 얻고자 바위구멍을 쑤셨다.

그 이후 바위틈에서는 더 이상 쌀은 나오지 않았고, 마른하늘에 천둥번개가 치면서 물줄기만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크게 뉘우치고 부처님께 사죄하였지만 쌀은 더 나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 바위를 쌀 바위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