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6월 4일) 지리산(백무동-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세석대피소-한신계곡)을 한바퀴(반선) 돌았다.

지리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은 1915ｍ이고, 천왕봉 표지석의 높이는 1.5ｍ이다.

천왕봉 정상은 전체 면적이 30평방미터에 불과한 데다 주변이 낭떠러지다. 하지만 표지석이 나오도록 ‘인증 샷’을 찍으려면 주말에는 30〜4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1주일 만에 나선 지리산 제석봉 가는 길은 짙은 녹음이 무섭게 우거지고 등산객이 미어터지고 시끌시끌했다.

5월 28일 그 많던 철쭉꽃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져버린 꽃들의 그림자를 따라 언덕배기 제석봉에 서서 내려다보는 많은 산봉우리들은 구름 근처의 산허리에 묻는다. 구름 속에 산이 있어 푸르른 대자연을 ‘렌즈’에 담기에는 참으로 어지럽다.

무궁한 변화를 연출해 내는 자연 속에서 고착(固着)되지 아니한 마음의 자세를 갖추어야 함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 생의 기쁨 같은 것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꿈이 소박해지면 일상도 소박해지고 걱정거리도 소박해진 셈이다.

살아 갈수록 나는 사람이든 무엇이든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에 마음이 쏠린다. 제석봉 비구름은 이리저리 이어지고 유월의 숲을 가르는 비바람은 끝내 달콤했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오묘한 조화 속에서 우리는 만물이 다투지 아니하고 조화롭게 어울려 있는 화계의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걷다 보면 뭔가 채워지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바람이고 착각이다.

‘걷기’ 라는 행위는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과정이다.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찌꺼기가 배출된다. 허기가 져야 음식이 생각나듯 마음속 근심과 걱정이 사라져야 새로운 생각과 의지를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