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지리산

걷기는 노폐물제거, 혈액순환, 신진대사 등 인체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지난 23일 오전 4시께 지리산 중산리 초입 숲길을 통과했다.

2일 전 비가 온 후라 계곡의 물소리가 적막을 깬다. 헤드랜턴을 비추니 돌 틈 사이로 하얀 포말을 그린다.

▲ 새벽 등산객.

계곡을 뒤로하고 세월아 네월아 오르막능선길을 씩씩대며 오른다. 망바위 지점에서 숨을 고른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예견대로 여름은 꼬리를 감추고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지 않았는가?

▲ 등산객.     ▲ 가을 지리산

법계사를 지나 해발 1500ｍ 지점은 일교차가 크다. 미리 준비해 간 배낭 속 옷으로 체온을 유지했다.

필자는 산행 중 늘 마당바위에 올라 한동안 머문다. 자주 찾아도 마다하지 않고 변함없이 반긴다.

가을이다. 고개를 들어 고향 하늘을 응시하다가 문득 별 어머니가 해주신 옛 솥밥이 생각난다. 쌀을 솥물에 안쳐 부뚜막에서 끓인다.

▲ 폭포.     ▲ 야생화.

물과 불이 화합해 쌀을 밥으로 만들어 낸다. 무수한 쌀알이 한 그릇의 밥이 되는 과정은 오묘하고 성스럽다.

뜸은 기다림의 지혜를 가르친다.

“ 배고파요, 어머니.”“안된다. 뜸 들 때까지 기다리자.”뜸이 들면 어머니는 나무 주걱으로 쌀밥과 보리밥을 뒤섞어 퍼서 그릇에 소복하게 담는다.

▲ 폭포수.     ▲ 등산객.

홀연히 별 어머니 생각하면서··· 엉엉 울었다. 꿉꿉하던 몸과 마음은 부챗살처럼 펴진다.

다시 걷는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자연이 뒤섞는 환상적인 풍경을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늘 하던 대로 온몸 근육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맑은 공기를 한껏 들어 마신다. 혼자만의 시간이 상쾌하다.

▲ 필자.

구상나무 향이 가득한 제석봉(1808ｍ)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옛 선인 최치원. 김종직. 조식 선생의 천왕봉 등산 기록 등 초상화는 인자하고 강직해 보였다.

유암폭포, 비 온 뒤 수량이 늘면 물살은 장관을 연출한다.

9월 22일 산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중산리∼정상∼장터목산장∼연화천←→장터목∼유암폭포∼칼바위를 거쳐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