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

송광사의 명물들은 모두 보조국사 지눌과 관련된 물건들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죠.

보조국사 지눌의 영정이 국사전에 16명의 국사와 함께 모셔져 있는데, 보조국사 영정 앞에만 촛대가 놓여 있습니다. 승보 사찰인 송광사에서 16분의 국사가 배출 되었는데 그 중 제1세 국사가 바로 보조국사이기 때문 입니다.

송광사 관음전 뒤의 층계를 오르면 고색창연한 보조국사 사리탑과 비가 있으니 그 비에는 '佛日普照國師 甘露塔(불일보조국사 감로탑)'이라 새겨져 있죠.

지눌 스님은 고려 중기의 고승으로 속세의 성은 '정(鄭)씨', 호는 '목우자(牧牛子)' 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고 병이 잦아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병만 낳게 해 주신다면 자식을 부처님께 바치겠습니다''하고 기도를 드렸죠. 그후 정말로 병이 나았으니 8살에 지눌은 승려가 됩니다.

고려는 불교가 국교였던 나라인지라 지눌은 25살 되던 명종때에 승과(僧科)에 급제하고 출세의 길을 걸었죠. 평생 당(唐)나라 선종(禪宗)의 6대 조인 '육조 혜능(六祖 慧能)'을 사모한 스님은 송광산에 길상사를 중창한 뒤 혜능 육조대사가 머물었던 조계 보림사(曺溪 寶林寺)의 '조계(曺溪)'를 따서 송광산을 조계산으로, 길상사를 송광사로 고칩니다.

송광사에서 새로운 선풍을 일으키다가 선서(善逝)하는 날 큰 북을 쳐 대중을 법당에 모아놓고 대중들과 불법을 논하다가 한 제자가 "스님의 병환이 저 유마 거사의 병과 같습니까, 다릅니까?" 묻자, 들고 있는 육환장으로 법상을 두어번 치고 "일체의 모든 진리가 모두 이 속에 있다."는 말을 남기고 법상에 않은채로 입적하였으니 그 때가 1197년 음력 3월 27일 이었죠.

현재의 송광사를 크게 빛낸 큰 스님 '효봉(曉峰, 1888~1966)스님'은 지눌 스님을 흠모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하여, 스스로 호를 '지눌을 배우고 싶다'는 뜻으로 '학눌(學訥)'이라 할 정도로 지눌은 많은 후진들께 영향을 끼친 훌륭한 스님입니다.

승보종찰(僧寶宗刹) 조계산 송광사(曹溪山 松廣寺) 

심우도(尋牛圖)...

송광사 대웅보전에는 '심우도(尋牛圖)'라는 벽화가 빙둘러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심우도(尋牛圖)란' 찾을 '尋(심)', 소 '牛(우)', 그림 '圖'(도)'... '소를 찾는 그림'이란 뜻으로, 불교 선종(禪宗)에서 중시하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찾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묘사한 선화(禪畵)로, '목우도(牧牛圖)'라고도 하며, 보통 10편의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합니다.

전편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속세에서 사용하시던 호가 '목우자(牧牛子)' 였다는 사실을 아직 잊지는 않으셨겠죠?...

참고로 선인(仙人)의 경지를 동경하며 신선사상을 탐구하는 '도교(道敎)'... 그 도교에서는 선인의 경지를 소(牛)로 표현 합니다.

주로 선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청우(靑牛)를 타고 다니죠.

청우 또는 창우(蒼牛)라고 하는 푸른빛을 발하는 소를 타고 나타나는 겁니다. 옛 선비들의 선인도에 소를 탄 그림들이 많은것이 바로 그거죠.

저 멀리에서 부터 푸른빛이 서서히 다가오면 바로 신선이 나타나는 신호 인 겁니다.

송광사 심우도에는 그림 밑에 '곽암사원(郭庵師遠)'님이 쓴 한시가 일품 입니다.

간략하게 한번 살펴 보도록 하죠.

첫 그림의 주제는 '심우(尋牛)'로 잃어버린 소를 찾아 떠나는 동자의 모습을 그려 놓았습니다.

두번째 그림은 소가 안보이지만, 소의 소재(所在)를 암시하는 발자국이 그려진 '견적(見跡)' 이죠.

세번째 그림이 마침내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소의 뒷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견우(見牛)'입니다.

그리고 네번째는 소를 얻는다는 '득우(得牛)'로 밧줄을 걸어서 소를 잡습니다. 그러나, 아직 소에게 야성(野性)이 남아있죠.

다섯번째 그림은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는 모습 입니다.

제6화는 '기우귀가(騎牛歸家)'로 야성없이 유순해진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치 그림에서 피리소리라도 들릴듯 합니다.

제7화는 '망우존인(忘牛存人)'... 소와 사람이 일심동체가 되어 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죠.

제8화는 '인우구망(人牛俱忘)'... 완전히 몰아지경(沒我之境)으로 동화되어 사람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으니 둥근 원(一圓相) 하나가 크다랗게 그려져 있죠.

제9화는 '반본환원(返本環源)'으로 봄날의 복숭아 꽃이 만개(滿開)한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10화 마지막 그림은 '입전수수(入廛垂手)'로, 다시 저자거리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그려 놓았죠.

이것이 심우도, 십우도 입니다.

소와 소를 찾는 사람은 본래 둘이 아니었죠. 무명(無明)으로 인하여 둘로 나뉘어져 대립하게 된 겁니다. 따라서 수행의 길은 다시 불이(不二)를 회복하는 것이죠. 이것이 인우구망 까지의 단계로, 주관과 객관, 소와 나의 일체입니다.

그런데, 십우도는 자신의 진면목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반본환원과 입전수수 까지 중생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죠.

입전수수에 대하여 곽암사원 께서는

이렇게 읊고 있습니다.

... 그의 오두막집 문은 닫기고 가장 현명한 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네.

그의 내면을 조금도 알 수 없으니, 자신의 갈 길만 좇을 뿐, 성현의 옛길을 따르지 않음일세.

표주박 차고 저자에 나갔다가 지팡이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오는 그는 술장사, 푸주한과 함께 있구나.

맨가슴 맨발로 장바닥에 있네.

흙 먼지를 쓰고도 가득 웃음 짓누나.

신들의 기적같은 힘은 필요 없나니,

그가 만지면 보라! 고목에 활짝 꽃이 피나니 ...

이토록 인간의 참마음을 구하여 본래 지니고 있는 성품이 부처의 성품임을 깨달을 때 선인도 되고, 부처도 된다니, 말이나 글자하나 없어도 곧바로 부처의 마음을 중생에게 전할 수 있다니...

나도 좌선을 해 볼까나...

이것을 교종(敎宗)과 구분하여 선종(禪宗)이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