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명.

푸른 하늘은 속이기 어렵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계절이다.

필자는 지난 2일 오전 5시 35분께 지리산 정상(1915ｍ)에 도착했다.

▲ 일출.     ▲ 해돋이 등산객.

수많은 별을 이고 있는 지리산의 자태도 낮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진주시 등 야경이 퍽 로맨틱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정상의 면적은 30평방미터에 불과하다. 해돋이 산객들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동녘 하늘과 바다는 분. 초마다 리트머스지에 물이 번지듯이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려울 듯 한 색감과 자연불변의 진리를 담아낸다.

▲ 기다림.     ▲ 필자의 지인.

지인과 나는 조망도 좋고 멀리 굽어보는 바위틈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 6시 36분께 거대한 태양이 불쑥 솟는다. 새벽을 달려 온 산객들이 환호를 외친다. 휴대폰으로 찰칵 사진 찍기 전쟁이 벌어진다.

나도 오늘 한 번 더 새로운 선물을 받았다.

▲ 3년만의 백두대간 종주.     ▲ 바위에 몸을 기댄 산새.

지리산 고산지대 단풍은 이미 낙엽 되어 길섶에 흩날리고∙∙∙ 계곡 굴곡에 따라 이제 한창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단풍물결이 만추의 서정을 빚어낸다.

단풍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시선을 두고 멍하니 생각을 날려 보낸다.

때로는 분주한 새들의 대화에 귓전을 가만히 내주고 있기도 한다.

▲ 단풍.     ▲ 외국인 등산객.

머리가 상쾌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리하지 못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