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지난 26일에 다녀온 지리산의 날씨는 맑았다.

천왕봉, 해발 1915ｍ이다. 그 방향으로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다른 장면을 보여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이런 길을 좋아한다. 원초적 궁금증을 자아내는 길은 인간으로 하여금 걸을 때 특별히 에너지를 쓴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만든다.

▲ 등산로.     ▲ 낙엽.

그러니 절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또 걷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산은 내려와야 하는 것을 알면서 오른다. 어쩌면 내려오기 위해서라도 올라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지리산은 빨강, 노랑, 갈색단풍 등으로 물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단풍은 절정기가 짧다.

너도 나도 배낭을 메고 등산을 하는 통에 좁은 산행길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 고드름.     ▲ 등산객.

단풍나무는 날씨가 추워지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잎의 손잡이 부분에 자리 잡은 유연조직인 ‘떨켜’ 를 만든다.

이 ‘떨켜’는 잎에서 생성된 양분을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잎의 산성도를 증가 시킨다.

산성화로 인해 잎의 엽록소는 파괴되고,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가 생성되어 단풍으로 물든다.

미처 아침 햇살을 피하지 못한 운해가 더해 지리산계곡의 단풍은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오른 지리산 정상. 끝 간 데 없던 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 바람은 차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단풍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숨이 차오르는 고통은 온데간데없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형상(形象)마다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필자는 경이롭고 웅장했던 그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제석봉으로 하산하는 길 ‘애모가’를 흥얼거렸다.

▲ 계곡.     ▲ 등산로를 오르는 외국인 등산객.

*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되가져오기, 다 함께 참여해요!

적습성성(積習成性)이란 말이 있다. 습관적인 행동을 오랫동안 하면 본성이 된다는 뜻이다.

웬만해서는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됐지만, ‘쓰레기투척행위’ 최소한의 매너는 있어야 할 듯하다.

최근엔 음료수를 마실 때 이용하는 ‘빨대’가 우리의 이슈다.

계곡 바위틈 ‘쓰레기 뭉치’를 보면 이것들이 혹시 어느 바다로 흘러가 거북이의 목을 조를지 걱정된다.

빨대로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이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각자 만족스러운 대체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리산 계곡수는 수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계곡수도 한 번 오염되면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사태가 자주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물이 많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오염된다면 수자원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 인생샷을 남기는 등산객.

계곡터널 단풍이 아름답다.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노란 듯 빨간 듯 그 어떤 색이라 할 수 없는 신비의 색이 펼쳐져 있다.

식물의 줄기는 잎과 뿌리 등의 기관이 흡수한 수분과 양분을 기관 곳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생각해 보면 물가에서 사는 이들은 생육속도와 제생속도가 빠르다.

▲ 정상에 선 등산객.

빨강, 노랑, 갈색단풍 등이 이렇게 낙엽이 되어 땅에 흩날리는 모습도 단풍만큼 아름답네요!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잎사귀를 버리지 않으며 훗날 나약한 삶을 살게 된다.

인간도 겉 보다 내면에 멋이 있다면 그 사람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

내면의 멋은 마음을 다스린 다음에야 삶의 깊이에서 풍겨지는 향기일 수밖에 없다.

이른 새벽부터 팍팍한 발품을 팔아 지리산 한쪽 자락에 위치한 중산리탐방안내소∼로타리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계곡 등에서 자잘한 고비를 넘기고 원점회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