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은 날씨 변덕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하늘이 허락해야만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지리산 중턱에서 바라 본 정상

지난 25일 오전 2시께 어금니 질끈 물고 혼자 법계사를 떠났다.

어디가 돌계단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월광(月光)과 등산용 헤드라이트와 감각에 의존했다.

새와 벌레소리도 없다.

이 아름다운 숲길에서 내 몫만 고집하는 건 우아하지 않는지 다람쥐가 나타나 애써 가버린다.

나는 오전 4시께 천왕봉에 도착했다.

하늘은 별∙달만 내놨다. 지기(地氣)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 새벽 4시께 정상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체감 온도는 -2∼3℃ 안팎, 나는 1시간 이상 천왕봉 주변을 산책했다.

등산베낭 속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신선하고 달달한 향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 일출 전 풍광

아침 6시께 동쪽바다는 오색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구의 시간들은 저마다의 색을 뽐냈다.

일출은 오전 6시 20분께 마침내 강하게 폭발했다.

하늘이 허락한 것이다.

▲ 일출풍광

▲ 일출풍광

▲ 침낭 속에서...

▲ 필자

경남 앞바다는 보석 같은 섬들을 품고 있다.

한려수도에 올망졸망 뿌려진 무수한 섬은 그 자체로 풍경이 되고 바다는 황홀경이다.

오직 자연의 위대한 선물이다.

본인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고 정확이 표현하는 것은 인간 사회생활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다.

▲ 로타리산장에서 만난 필리핀 친구들

▲ 9월의 지리산 단풍

아침햇살 내리쬐는 천왕봉에서 지인들에게 엄지손가락보다 가느다란 희망만 줄줄이 읊어댔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러니 「☺☺☺ ☎」가 이 시기라고 믿으며 열렬히 질투해 왔다.

한국의 산사는 대부분 개울을 끼고 있다.

경남 지리산 법계사(높이: 1450ｍ)는 눈길 닿는 곳이 모두 경승지다.

▲ 지리산 중턱 야생화

▲ 지리산 중턱 야생화

법계사에는 사시사철 기도객들이 몰린다.

기원하면 ‘평생소원을 한 번은 꼭 들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수많은 어머니들이 무릎이 시리도록 절하며,

자식과 가족의 성공과 안녕을 빌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운이 솟는 곳을 사람들은 영지(靈地)라 부른다.

경남 지리산 법계사도 그 중의 하나다.

▲ 정상에서 바라 본 지리산의 능선과 저멀리 남강의 풍광이 보인다.

▲ 정상 인근에서 계곡을 채운 구름이 바다처럼 일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