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아름다움도 결국엔 사라져...

며칠째 세상이 얼어붙었다.

지금 서울은 '서베리아'로 볼린다. '서울'과 '시베리아'를 합친 신조어다.

말 그대로 한반도(서울)가 시베리아 많큼이나 춥다는 뜻이다. 

이번 겨울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 눈 밭에 선 '이정표'

지난 27일, 밤도 아침도 아닌 어스름한 시간에 얼숨(코로 들어 쉬고 입으로 내쉰)으로 지리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1915ｍ)의 날씨 맑음, 파란 하늘 아래 조망은 뛰어났다.

반야봉(1732ｍ) 연화봉(1703ｍ) 덕유산 향적봉(1614ｍ) 등 하얀 눈 이불을 덮은 모습이 오히려 포근해 보였다.

천왕봉∼제석봉까지는 눈이 70㎝ 정도 쌓여 있었다.

▲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

나무는 그리 많지 않으나 군데군데 관목과 침엽수, 활엽수가 자란다.

지금은 벌거벗은 앙상한 가지 들만 남아 있지만, 곧 봄이 오는 것을 알아 채고서는 새 옷으로 단장하고 저 자리를 굳게 지키고 서 있을 것이다.

이 구간의 식생형태를 보면 따뜻한 계절이 오면 개망초, 망초 같은 식물들이 꽃이 피고 밤에는 달맞이 꽃의 노란 꽃이 곧게 뻗은 줄기에 달리기도 한다.

▲ 눈에 덮인 등반로를 조심스레 오르는 등산객

달맞이 꽃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심지어 2미터 이상 자라기도 한다.

활짝 핀 아름다움은 등산객에게 기쁨을 제공한다.

이런 키 큰 식물의 시작도 납작하고 보잘 것 없는 근생엽에서 부터라고 생각하면 생명의 경이로움을 또 다시 느끼게 한다.

이처럼 식물은 다양한 형태적, 생리적 변화를 통해 나름의 전략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 정상에서 '한 컷'을 남기는 등반객의 모습

제석봉 습지는 젖어 있는 땅이다.

자연이 함께하니 손 쉽게 여러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습지를 중심으로 생명들이 모여 살면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이루었다.

▲ '100대 명산 등산하기' 아빠와 아들의 함께하는 도전이 아름답다.

물론 습지가 인간에게만 삶터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모든 생물들의 삶터였기에 인간에게 삶터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다른 생명들의 먹잇감이 되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모두가 하나이다.

▲ 지리산 정산에 선 저자

교수, 기자, 선생과 같이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일수록 손과 발로 직접 하는 일들을 찾아 해야 한다.

그래야 말년의 성품이 무난해지고 ‘꼰대’를 면할 수 있다.

달리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 친구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갔던 어느 겨울이 그리워 질 것 같은 등산객의 웃음이 정겹다.

뭔가를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는 게 당연하다.

나를 내려 놓으면 어떤 근심도 걱정도 고통과 괴로움도 사라질 것이다.

슬픔이나 기쁨, 억울함 같은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흘리는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효과가 있다.

▲ 올 겨울의 이상 한파는 지리산 전체를 얼음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