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내린 지리산

온 세상이 하얗다.

올해는 무술년(戊戌年), 해가 바뀐 지 한 주가 지났다.

지난 1월 7일 오전, 필자는 지리산 정상(1915ｍ)에 올랐다.

▲ 겨울등산객

운치 있는 표지석(높이:1.5ｍ)은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있다.

필자도 고지대의 찬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패딩으로 무장했다.

맑은 날 보다 변덕을 부리는 날이 더 많다는 지리산 정상의 날씨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

설산을 배경으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동화 같은 풍광이 이색적이다.

지리산 산행은 겨울에 가야 제 맛이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 얼어붙은 폭포와 등산객

지리산은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손꼽힌다.

말 그대로 겨울 내내 온천지가 설국(雪國)으로 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이 내린 그대로 쌓여 숲 길을 이룬 곳이 많아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구상나무숲에 딱 들어서면 일단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구상나무는 한 그루가 아닌 군락, 숲으로 봐야 진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이유를 실제로 보면 더 수긍이 간다.

▲ 눈사람

등산로 양쪽으로 서 있는 나무의 가지 끝이 살짝 닿을 듯 말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마치 눈꽃터널과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식물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딜까.

자유롭게 집을 옮겨 다니는 동물과는 달리, 많은 식물들은 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겨울이 되면 전반적으로 식물들은 모양을 바꾸지 않고 생리적 변화를 통해 추위를 견디기도 합니다.

생물체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얼면 물질이 순환하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조직이 파괴되고 식물이 죽어버리기도 하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식물은 세포 내에 수분량을 줄이고 지방산이나 당, 특정효소 등 다양한 물질을 생성하고 겨우내 비축해 놓습니다.

세포 내부는 외부보다 고농도 상태가 되고 이에 따라 어는점도 더욱 낮아지죠.

강물이 어는 한 겨울이 찾아와도 식물의 세포기관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식물은 다양한 형태적, 생리적 변화를 통해 나름의 전략으로 겨울을 납니다.

▲ 필자

자신이 뿌리를 내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은, 우리에게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이를 이겨내는 전략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