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

한해를 돌아보는 나만의 시간

틈이 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나는 혼자서 등산배낭을 꾸려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 세벽을 맞는 지리산

지난 9일 오전, 지리산 로타리대피소(해발 1.335ｍ)에 도착하니 싸락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르내리는 돌계단 바닥이 미끄러워 ‘행여나 넘어질까’ 고양이 발걸음으로 걷는 길은 파노라마의 연속이었다.

▲ 꽁꽁 얼어 붙어버린 지리산 목계단을 조심스레 오르고 있다.

이렇게 느리게 걸으니 시선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그뿐이랴. 눈 결정체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내리는 소리. 낙엽이 발에 밟혀 서걱거리는 소리 등이 참 듣기 좋은 소리다.

▲ 상고대

아∼이렇게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 때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구나. ‘그래 이게 자연의 묘미’ 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지리산꼭대기(1915ｍ)에는 꽁꽁 언 ‘표지석’이 불끈 솟아있다.

▲ 흑백의 탁본처럼 보이는 지리산 정상의 표석이 이체롭다.

추운 겨울에 밖에 나가 운동하기도 힘든데. 표지석을 배경삼아 동화 속 부부가 ‘인증 샷’을 찍는 모습이 정겹다.

정상의 날씨는 정말 추운데. 그냥 장갑을 쑥 빼고 낯선 이에게 카메라 렌즈로 사진을 찍어준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운치 있는 표지석의 높이라야 1.5ｍ에 불과하지만. 한국인(韓國人)의 기상(氣像) 여기서 발원(發源)되다. 국립공원지리산 삼도(전남∙ 경남∙ 전북도)의 면적은 483.022㎢이고. 기가 모인 지점이다.

연초∙ 연말이 되면 이곳에서 한해를 돌아보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 지리산 정상에 선 필자

마땅히 잘라야 할 것을 제때 자르지 못해 훗날 화를 입는 일이 적지 않다.

집 터 주변의 가시풀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뒷날 집주인을 괴롭히지 않던가.

썩은 부위는 확실히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성한 부위까지 썩게 만드는 가르침만 깨달아도 올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 상고대

▲ 상고대

제석봉(1808ｍ), 구상나무의 하얀 설경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눈’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

눈은 일반적으로 상층 기온은 영하권이고 지상 온도는 2도 이하일 때 내린다.

눈의 종류는 크게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상고대

함박눈은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붙어 눈송이를 만들어 내리는 것으로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일 때 만들어진다. 비교적 따뜻하고 습기 많은 공기에서 생긴다.

싸락눈은 흰색의 작은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의 찬 공기에서 만들어진다.

▲ 상고대

가루눈은 밀가루처럼 잘 뭉쳐지지 않는 눈으로 습도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많이 내린다. 이 때문에 싸락눈과 가루눈이 내리는 날은 함박눈이 내릴 때보다 훨씬 춥다.

진눈깨비는 상공의 기온이 높아서 눈이 내리다 녹아 비와 섞여 내리는 현상이 다 땅에 쌓여 있는 눈이 바람 때문에 날려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있는데 ‘날린 눈’이라고 부른다.

▲ 상고대

눈의 종류는 이처럼 4가지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눈의 결정 모양은 6000여개가 넘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눈 결정 모양이 눈송이 하나에 6개의 가지가 달려 있는 육각형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바늘 모양. 기둥 모양. 장구 모양. 둥근 모양. 불규칙한 입체 모양 등 다양하다.

마치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른 것처럼 똑같은 종류의 눈이라도 눈이 만들어 내는 결정은 모두 제각각이다.

▲ 얼어 붙은 폭포수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별 모양의 눈결정은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10∼20도 사이일 때 만들어진다.

▲ 폭포수 아래 어름기둥이 자라고 있다.

이보다 낮은 기온일 때는 기둥형태나 판상형 결정이 만들어지고 영하 10도 보다 높을 때는 바늘이나 육각기둥 모양의 결정이 만들어지게 된다.

* 잠깐! 탈진 및 심장마비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슴. 호흡곤란, 현기증, 물 부족 등이 발생시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산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