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올해는 윤 5월이 들어 아직 음력으로 9월이다.

지난 11일 지리산 중산리 아침풍광,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가 감을 온전히 달고 서 있었다.

감 몇 알을 까치밥으로 남기던 ‘선조의 마음’은 사라지고, 통째로 남겨주어도 까치는 날아들지 않는다.

붉은 감들은 곧 곶감으로 변신하겠지?, 몇 알은 제 가지에서 생살이 얼어 터지며 자연으로∙∙∙

갈색 낙엽과 오밀조밀 깔린 납작 돌 등을 밟고 지리산 정상을 향해 걸어 가는데 찜질방 땀이 난다.

입동(11월 7일)이 지나자 천왕봉(1915ｍ)표지석 위로 윙∼윙∼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리산정상은 전체 면적이 30평방미터에 불과한데다 주변이 낭떠러지다.

표지석이 나오도록 ‘비양심 인증샷’을 찍으려는 일부 등산객들의 행동에 외국인들은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저 멀리에는 반야봉(1732ｍ), 연화봉(1703ｍ), 노고단(1507ｍ)등이 군데군데 솟아있다. 뿐만 아니라 산비탈을 깎아 만든 다랑이 논, 밭의 소박한 모습은 학교 공부방 같다.

날씨 또한 변화무쌍하다. 특유의 자연은 몇 분사이로 달라지곤 한다. 호흡을 고른 뒤 큼지막한 바위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전에 새들이 날아오른다.

다각적인 접근방법으로 렌즈에 새의 현장사진을 담았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새들은 남북한의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지만 땅 위의 인간들은 단절이라는 벽을 두껍게 쌓아놓은 것이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에스프레소의 짙은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금세 맛에 빠지고 만다. 일상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간다.  커피는 커피 원두와 산지의 특성에 따라 ‘로스팅’ 기술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지금 대세는 이젠 먹기만 하는 시대가 아닌 맛을 선택하는 시대다.

제석봉(1808ｍ)은 생각보다 넓다. 달리던 사람은 걷고, 걷던 사람은 멈추고, 멈춘 사람은 정신없이 달려온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일출봉에서 촛대봉으로 뻗어 있는 곡선은 사랑하는 여인의 바느질 길처럼 정겹다.

계곡물은 노래하듯이 흐른다. 서두르지 않은 물길 따라 산행을 하다 보면 자연은 내 마음을 훔친다.

최근 외국인 등산객이 늘면서 고민도 생겼다. 대화하는 점이 고민됐다.

* 계절별 산행장비를 잘 챙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