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바위들을 보게된다

지난 4월 29일. 높은 산, 봄의 색깔이 조금씩 짙어지는 가운데 자연 속의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했다.

계곡을 따라 걸으니 풍경이 시골로 바뀐다. 잰걸음으로 계곡을 빠져나왔다.

오른쪽 계곡을 따라 천왕봉(1915ｍ)으로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왼편 능선으로 길이 나 있다. 처음에 만만하게 올랐는데 점점 가팔라진다.

진달래

산 꾼이 낸 길이다. 겨우내 버텨 온 낙엽을 밟는 재미, 이마를 땅에 붙일 듯이 숙여 걷다 보니 세포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발 아래 애기풀도 보라색 꽃을 피웠다. 잘 보지 못한 야생화다. 나무들은 막 새순을 틔운다. 모두가 이 산의 주인공이다.

쉬어가기 좋은 큰 바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였다.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 번 한다. 명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배낭 속 간식을 꺼내 잠시 쉰다.

산새

나뭇가지에 새 둥지 같은 것들이 달린 나무들이 보였다. 한 나무에 5∼7여개 있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보면 새 둥지가 아니고 초록색 식물이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면 잎과 줄기는 초록색이고 콩알만 한 연노랑색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

겨우살이다. 높은 산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다.

멧돼지 똥

셔터만 누르면 ‘예쁜 꽃’ 그 바람에 여유가 생겨 다시 꽃 사진도 많이 찍으며 여유를 부린다. 진달래꽃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찬란하다.

키 작은 대나무들로 빽빽한 숲을 지난다. 때 묻지 않은 능선에는 군데군데 멧돼지의 생생한 변(똥)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멧돼지의 공포, 살짝 긴장도 했다. 침착하게 위기를 이겨나가도록 마음을 읽어냈다. 변 체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널찍한 바위 주변에는 바람이 빚은 기기묘묘한 바위군상을 감상할 수 있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구상나무

까마귀

내려다보면 절벽 바로 앞 바위봉우리에 잘 생긴 구상나무 한 그루가 운치 있게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눈앞의 모든 풍경이 내 것인 양 뿌듯하다. 그럴듯한 이야기 한 토막이 나올 것 같다.

이날 자연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날이 좋았다는 것도 행운이다.

* 지리산국립공원(智異山國立公園), 산행 전 자신을 재점검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합시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쉼터에서 한번 쉬었다.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