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고생이 마음 고생을 다스리고 사는 셈이니 자주 지리산에 오르는 것이 끝내 달콤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6월 11일 오전 11시 10분께 지리산 정상(1915ｍ)에 올라서니 제석봉∙연화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백소령∙형제봉∙명선봉∙토끼봉∙노고단 등이 고도별로 약간씩 다르게 보였다.

천왕봉의 바람은 이마의 땀을 날려 보내주었다.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1시 22분 자리를 털고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제석봉으로 가는 길에는 분홍색 철쭉꽃은 시기가 지나 모두 지고 돌연변이 철쭉꽃만이 남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은 싱그러운 초록의 수목이었다.

장터목산장에서 세석산장으로 가는 길섶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등산객을 반기고 있었다. 예쁘지 않은 꽃들이 어디 있겠냐만 특히 고산지대 바위틈에 핀 작은 들꽃이 단연 산행인의 마음을 홀리기에 으뜸, 싱그러운 초록에 들든 마음도 잠시 산허리를 돌아 촛대봉 밑에 도달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방향을 틀어 세석산장 쪽으로 고도를 낮춘다. 코를 진하게 자극하는 향에 취해 고개를 들었더니 자연자원이 살아있는 세석평전 있었다. 성큼한 향이 사람들의 시선을 얼마나 끌어 담겼을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세석평전(30,000㎡)은 인간에게 쉼터가 되며 맑고 깨끗한 공기를 제공한다.

또한 재해를 막고 국토를 보전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등 대기를 정화시켜 준다.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늪과 아름드리 원시림이 나를 반겼다.

6월 11일 (중산리-법계사-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촛대봉-세석대피소-거림) 내 영혼을 강하게 담금질한 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