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영 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해금강테마박물관
학예사 이도영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인 삶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한 욕구가 증가한다. 문화예술은 정서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방법으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 문화예술계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과 수요에 대한 관계는 불균형적이다.

과거에 문화예술은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예술 향유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문화소외계층’이나 ‘문화소외지역’이라는 단어도 함께 생겨났다. 이것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문화의 이미지를 갖추었음에도 문화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장소, 시간, 물질에 대한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전의 고상한 접근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또한 예술이 담겨 있는 모든 틀과 방식을 자유롭게 놓아주어야만 한다. 전시장에 걸려있던 작품들, 암흑과 적막 속에 갇힌 공연들이 펼쳐져야 하는 곳은 다름아닌 사람들의 삶 속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문화는 예술과 사람의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모두의 삶에 다가가고자 하는 예술, 그것이 바로 공공 예술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공공예술이란 대중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되었다. 말하자면 규모가 큰 건물 앞에는 무조건 조각상을 설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잘못된 개념은 상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주변과 어울리지도 않는 작품들을 대거 출현하도록 도운 것밖에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전의 공공예술은 의도와 목적이 분명하지 못해 대중을 위하기는 커녕 형식에만 얽매여 버린 작품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할 수 밖이었다.

하지만 형식적인 공공예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관심으로 소통과 변화와 감동을 주는 공공예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것을 뛰어넘어 함께 참여하고 활동함으로써 자신의 삶 속에 예술을 조금씩이나마 끌어 안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한참 멀기 때문에 공공예술의 문제점은 존재한다. 예술의 의미와 공공의 의미 모두가 담겨있어야 진정한 공공예술인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예술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공예술의 목표는 반이나 도달했다. 아직 채워나가야할 반은, 아마도 올바른 개념 설정을 통해 창조적인 공공예술의 장을 계속해서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 다시 개념 설정의 중요성이 원점으로 지정되는 상황이다. 공공예술의 개념과 목적이 제대로 실현해야 될 수 있도록, 예술의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심미적 가치를 이해하고, 사람의 정서와 심리적인 욕구를 이해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했으면 한다. 또한 사람이건 예술이건 서로 원만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며 인간의 욕구와 미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 나가면 이상적인 공공예술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