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이름 지어졌으며,「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1월 16일 경남 고성군 마암사랑산악회(회장;신만기) 일행 26명은 국립공원 지리산 천왕봉(1,915ｍ)정상에 서니 구름위에 뜬 기분이었다,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는 좌우로 죽죽 뻗은 전나무와 신갈나무∙낙엽송∙철쭉나무 등이 촘촘히 도열해 있었다. 머리 위로 구름과 눈바람이 지나갔는데, 나무마다 흰 장식을 뒤집어 쓴 꼴이 크리마스 트리 같았다.

어느덧 해가 중천이었다. 하늘이 잠깐 맑은 틈을 타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가 구름위로 떠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본 제석봉⤍연하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백소령⤍형제봉⤍토끼봉⤍반야봉 등의 몸뚱어리가 드러났다. 올라오는 길에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하얀 수채화」가 시야에 들어왔다.(잠시였다)

바람이 드세 눈 구경이 쉽지 않았던 천왕봉정상과 달리 제석봉 코스는 차분한 눈 세상이었다. 나뭇가지마다 만발한 눈꽃이 해를 마주보고 맑은 빛을 뿜었다. 두툼한 등산화를 신었는데도 「보드득 뽀드득」눈의 촉감이 전해졌다. 렌즈에 설경을 담는데 나뭇가지에서 눈덩이가 우두둑 떨어졌다.

겨울 지리산 나무 가지마다 상고대가 다닥다닥 붙었다. 지리산에 오른 이유 중 하나가 상고대였다. 대기의 습기가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눈꽃처럼 어는 현상을 상고대라 한다. 지리산은 겨울이면 정상 주변에서 상고대가 흔히 나타난다. 눈이 없이도 은빛 장관이 연출된다는 뜻이다.

겨울 칼바람은 연방 하얀 운무를 몰고 다녔다. 가느다란 구름이 능선을 유려한 몸짓으로 타고 넘어갔다. 1월 16일의 법계사⤍천왕봉⤍제석봉은 은빛 장관 설국 그 자체였다.

너덜지대와 후미진 숲을 빠져나오자 날씨가 다시 오락가락했다. 장대한 천왕봉이 안개에 가려 숨었다 나타나길 반복했다.

어느 곳을 선택하든 정상(천왕봉 1915ｍ)을 올랐다가 내려오려면 족히 6∼9시간 이상은 필요하다, 겨울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눈이 많이 내리면 입산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 (☎ 055, 972-7771∼2)하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