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위 상고대.

인간은 의도적인 훈련과 습관을 통해서만 서서히 변화한다.

지난 5일, 지리산의 눈꽃보다 더 아름다운 상고대 비경을 보려고 오전 3시 20분께 중산리 들머리인 일주문을 통과한다.

▲ 중봉 능선.     ▲ 눈 길.

잔뜩 기대를 안고 왔는데 예상외로 날씨가 포근해 좀 아쉽다는 생각을 갖고 오른다.

하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먼 정상 쪽엔 하얀색이 많이 보인다. 날을 제대로 잡은 느낌이다.

천왕봉(1915ｍ)표지석이 반겨준다. 정상에서 바라 본 백두대간 주봉들은 운무와 상고대로 온통 하얗다.

정상의 날씨는 수시로 변한다. 주변에는 어제부터 내린 가루눈이 제법 쌓여있다.

▲ 까마귀가 필자 옆에서 먹이를 바라고 앉아 있다.     ▲ 서울 등산객.     ▲ 등산객.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가 하얀 것은 눈이 아니라 ‘솜옷’ 상고대다. 눈부시게 하얀 상고대는 세속에 찌든 마음을 정화하는 느낌이다.

갖가지 형태의 태양색이 더해지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서 새벽산행을 하게 하는 것 같다.

토요일인데도 ‘포토존’은 한산하다. 하얀 솜옷이 나를 숙연하게, 겸손하게 깨닫게 한다.

▲ 상고대.     ▲ 상고대.

아쉽게도 자연은 멀리서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냉혹하다. 이런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 더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인간도 원초적 설득의 도구를 타고난다. 이 도구는 때로는 연민을, 때로는 짜증을, 때로는 불안을 다른 사람 마음에 일으킨다. 울음이다. 울어서 아기는 부모 등 주변 사람이 바라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 필자.

다행이 아기 울음소리는 인간의 뇌를 민감히 자극하는 주파수를 내고, 특히 부모의 뇌는 이 소리에 잘 반응하도록 미리 조정돼 있다. 아기가 비교적 쉽게 부모를 설득하는 이유다.

인간은 설득의 기술 없이 재대로 살아갈 수 없다.

* 겨울 산행은 춥고 길이 미끄럽다. 따뜻한 옷차림과 장갑, 모자, 스틱, 아이젠, 핫팩, 비상용 간식, 비상약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