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100세 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와 적당한 운동이다.

편백나무 홍갈색으로 온 산을 뒤덮은 자드락 흙길에서〈피톤치드〉 물질을 발산하는 갈모 산(山)이 아름답다.

피톤치드 바람과 새 떼의 비상이 모두 악기처럼 들려온다. 대자연이 빚어내는 즉흥적인 교향곡이다.

편백나무 숲 길을 넘어 정상에 다다르기 직전 금방이라도 구름속으로 치달을 것 같은 형상을 한 말바위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다.

이 바위는 조선말엽 고성군 삼산면 삼봉리에서 태어난 의적 「갈봉」의 은신처였다는 전설도 남아있다.

구전에 따르면 「갈봉」은 탐관오리들의 재산을 빼앗아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는 말을 타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었다.

이 말은 주인 「갈봉」의 뜻을 너무도 잘 헤아려 주인이 시키지 않아도 어렵고 가난한 백성을 찾아냈다.

그 후 조정으로부터 「갈봉」이 도적으로 몰려 체포령이 내려져 포졸 들에게 잡혀 죽자 말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후일 이 마을 사람들이 갈모산에 올라보니 그 전에 없던 웬 바위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것을 보았다.

더욱이 이 거대한 바위는 두 개의 바위가 엉켜 붙어 가운데는 사람 몸집의 6배를 넘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 속에 구리로 만든 말이 하나 놓여 있었다는 것, 훗날 사람 들은 말이 「갈봉」의 죽음을 슬퍼하여 바위가 됐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동말(銅馬)은 머리가 움직여서 동쪽 방면으로 향하면 동쪽에 있는 주민들이 재앙을 당하고, 북쪽으로 향하면 북쪽 주민들이 재앙을 당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그 후 인근 주민들은 재앙을 면키 위해 제를 올리게 됐다. 제를 올릴 때는 마을에서 제관을 뽐아 『21일』 전부터 이웃출입을 삼가고, 매년 음력 정월 열나흗날 새벽에 제물을 차려 놓고 제관이 축문을 낭독하여 마을의 재앙을 면하게 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시대 왜군이 동말을 훔쳐 가버렸다.

이후 마을에서는 진흙으로 말을 만들어 제를 올리다가 70년대 초부터 제를 지내지 않게 됐다.

갈모봉은 갈모산에 있는 한 봉우리의 지명이고, 조선시대 성씨는 갈(葛)이고 이름은 봉(峰)이라는 고성판 홍길동 내지 의적(義賊) 갈모의 묘지가 산 정상에 있었기에 유래된 이름이다.

이런 역사적 전설을 간직한 갈모산에는 갈모봉을 비롯한 아담한 봉우리가 4개나 올록볼록한 자태로 솟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올망졸망 연결되어 있다.

갈모봉 면적은 무려 21만 평이 넘고, 나무의 수종은 편백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삼나무∙소나무∙낙엽송 그리고 그늘수로 식제된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숲으로 단장되어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수령은 30∼60여년 생이다.

갈모봉~영선고개 등산로의 경우 구간은 길지만 다도해 전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흙∙낙엽융단을 밟을 수 있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