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선문에서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계절이다.

지난달 31일 필자와 지인(2명)은 헤드렌턴에 온몸을 의지하고 산허리를 몇 굽이돌고 돌아 오전 5시 35분쯤 지리산정상(1915ｍ)에 도착했다.

힘들게 수많은 별을 이고 있는 ‘지혜의 표지석’을 한 번 짚어보니 피부에 닿는 느낌이 차다.

▲ 자연과 빛

▲ 일출

이번에는 내 하소연 좀 들어주시오.

대한민국은 창업자 천국이오.

그런데 그 창업이란 것이 구멍가게를 차리는 것이오. 은퇴한 이, 직장에서 잘린 이들이 다 창업시장에 뛰어 들고 있소. 가뜩이나 레드오션인 치킨집, 편의점 시장을 놓고 없는 사람들끼리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소. 간혹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1∼2년 안에 본전도 못 뽑고 문을 닫는 실정이라오. 왜 세상은 없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것이오.

어디 문제가 이것뿐이겠소.

▲ 지인     ▲ 일출과 등산객

2030년쯤이면 연금을 받는 인구수가 일하는 인구보다도 많아진다 합니다. 어찌하면 좋겠소. 좀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알려주시면 안 되겠소. 훈수 한 번 해주오.

그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30여분 후 어둠을 이겨낸 동녘 하늘은 초∙분마다 리트머스지에 물이 번지듯이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려울 듯한 색감이 자연불변의 진리를 담아낸다.

정상의 면적은 30평방미터에 불과하다.

▲ 마치 잠이든 어머니의 모습 같다

▲ 지리산 기슭 단풍

우리도 조망이 좋고 멀리 굽어 볼 수 있는 바위틈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 6시 38여분쯤 거대한 태양이 불쑥 솟는다.

새벽을 달려 온 70여명의 산객들이 와∼우 와∼우 하면서 감탄사를 쏟아낸다.

▲ 칼바위 앞 등산객

이내 휴대폰으로 찰칵∼찰칵 사진 찍기 전쟁이 벌어진다.

지인과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경길은 너무 행복했다. 마음 가득한 행복은 한동안 나를 설레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