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광사.

천왕문(天王門)과 사자루(獅子樓)를 둘러 보겠습니다.

천왕문은 아시다시피 절의 입구에 위치해 있는 문으로 사천왕을 모셔놓은 곳이죠.

우화각과 맞닿아 있는 송광사의 천왕문은 1628년(인조 6년)에 건립한 후, 1718년(숙종 44년)에 중수하고, 이듬해에 내부의 사천왕상을 중수했으며, 1806년(순조 6년)에 다시 사천왕상을 중, 보수를 하였다고 합니다

송광사 사천왕상은 흙으로 만든 것으로 2006년 4월 28일에 보물 제1467호로 지정 되었습니다.

사천왕상은 송광사 뿐만아니라 그의 모든 사찰에서 불, 보살상과는 달리 주로 찰흙등을 사용한 대형의 소조(塑造)로 만들어져 있으며, 화려한 채색까지한, 조각품으로 예술적 가치도 풍부한 작품 입니다.

천왕문 입구에서 볼 때 우측 안쪽이 비파를 든 '북방다문천(北方多聞天)', 그 옆 입구 쪽은 칼을 든 '동방지국천(東方持國天)', 좌측 안쪽으로 탑을 든 '서방광목천(西方廣目天)', 그 옆 입구 쪽으로 용과 여의주를 든 '남방증장천(南方增長天)'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네 천왕은 모두 의자에 앉아 양 발로 악귀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죠.

건장한 남성을 모델로 한 두상은 신체에 비해 큰 편이지만, 천왕문 안에서 올려다보면 아래를 노려보는 큰 얼굴에서 더욱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화염보주와 오색구름 문양이 장식된 화려한 관을 착용하고 있으며, 갑옷과 그 위를 감싸고 있는 천의자락, 혁대, 장화 등은 갖가지 색과 문양으로 치장되어 당시의 복식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광배처럼 머리 뒤로 휘날리는 피건자락 둘레에는 화염문이 솟아있어, 양 팔 상완(上腕)에서 휘날리는 소맷자락을 역동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천왕문의 남쪽에 위치한 사자루(獅子樓)는 중층 누각으로서 일명 '침계루(枕溪樓)'라고도 합니다. 계류(溪流)를 베개처럼 베고있다는 누각 입니다. 보통 계곡에 걸치거나 계곡의 언덕위에 위치하는 누각이죠.

1층 정면을 계류의 바위 위에 두어 건물을 받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누상(樓上)은 기둥 사이를 막아 폐쇄하였으며, 폐쇄된 벽체는 판벽에 중앙 창얼굴을 만들고 널빤지로 문짝을 만들어 단 바라지창을 가설하고 있습니다.

사자루는 보통 재(齋)가 있을 때 영혼의 대기장소 라고 보면 될겁니다.

승보종찰(僧寶宗刹) 조계산 송광사(曹溪山 松廣寺) 15

이제는 바야흐로 '고향수(枯香樹)' 이야기를 할 때 입니다.

승보전의 '비사리구시'를 지나, 배롱나무의 휑한 절마당을 가로질러,

종고루 아래 계단을 총총히 내려와,

그리고는... 모두 비우고 허공으로 건너 오른는 '능허교(凌虛橋)'와 그 위의, 속박을 벗고 아무 걸림없이 자유롭게 날아 오르는 '우화각(羽化閣)'을 지나죠.

그 아래로 세속의 먼지를 씻어주는 계곡 물이 흐르고 있는 우화각의 왼편... '불일계곡' 입니다.

그기에 기둥을 내리고 창을열고 서 있는 2층 전각이 운치있게도 계곡을 배개 삼았다는 '침계루(枕溪樓)'...

물은 그렇게 침계루의 베개로 내어주고, 우화각을 머리에 이고 있는 능허교 밑, 엽전을 매달고 있는 용머리도 지나, 선비가 탁족을 즐기듯 두 다리를 물에 담근, 거울처럼 맑은 물을 접하고 있는 집, '임경당(臨鏡堂)'앞을 흘러 징검다리 사이사이를 비집고 마침내 작은 폭포를 이루니 '불일폭포(佛日瀑布)'가 됩니다.

방금 감탄해 마지않으며 지나왔던 바로 그 우화각 앞에 삐죽 솟은 마른나무... 이 가지도 잎도 없는 마른 꼬챙이 같이 하늘끝을 찌르고 있는 이 나무가 그 유명한 송광사의 또 다른 전설 '고향수(枯香樹)' 죠.

▲ 고향수.

'고향수(枯香樹)'는 말라죽은 향나무 입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심었었죠.

아니, 고려 19대 임금인 명종 30년, 서기 1200년에 처음 송광사에 와서 기념식수를 하시는데, 바로 자신이 짚고 있던 향나무 지팡이 였죠.

그 지팡이를 그기다가 팍 꽂았다는 말입니다. 그 향나무 지팡이에 잎이나고 가지가 번지더니 싱싱한 향나무로 자랐다는 말입니다.

세월이 흘렀죠. 1210년 3월 27일 이른 아침...

爾我同生死(이아동생사)

我謝爾亦然(아사이역연)

會看爾靑葉(회간이청엽)

方知我亦爾(방지아역이)

... 너와 나는 생사를 같이하니,

내가 떠나면 너도 그러하리라.

다음날 너의 잎이 푸르게 되면

나도 또한 그런 줄 알리라. ...

지눌 스님이 세속의 연을 다 하고 입적 하셨습니다.

스님 주위에 제자는 많았으나 아무도 따라 죽겠다는 사람은 없었죠.

헌데 기특한 일이 생겼습니다. 잘 자라던 향나무가 말라서 죽어가는 겁니다.

''놀랍구나. 이 향나무는 효자네. 뛰어난 제자들이 많지만 그보다 훨씬 났네.''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그런데 향나무는 썩지를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옛 모습을 잃지않고 그대로 서 있는거죠.

사람들에게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 나무가 다시 잎이나고 꽃이 피는 날이면 지눌 스님이 환생하여 이 도량에 오실 것이다.''

이렇게 보조국사와 향나무를 한몸으로 보고 송광사 스님들은 이 나무를 끔찍히 아끼는거죠. 아니 그들 뿐만 아니라 그 얘길 아는이는 모두 그렇게 여기며 이 나무를 사랑하는 겁니다.

말라죽은 나무에는 이끼와 버섯이 생기고 썩는 것이 당연한 것이거늘...

어쩌면 80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사람들의 염원이 이 고향수를 썩지 않고 그대로 있게 하는지도 모르죠.

그토록 오래된 전설을 안고 고고히 서있는 고향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