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매(雪中魅)가 어언 900회에 다가 갑니다.

그래서 이번회 부터는 부처님이 모셔져있는 사찰 - '절'에 대한 얘기를 연재하여 보고자 합니다.

산과 절, 명산대찰... 많은 이야기와 비사가 숨겨져 있을것으로 기대가 되죠. 숨은 역사가 있을것이고, 인간의 노력이 묻어 있을거며, 삶의 애환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도 있을 겁니다. 수 많은 위인들의 숨겨진 업적을 찾아 볼 수도 있겠죠. 유명한 사찰을 찾아 그에대한 이야기를 엮어갈 예정 입니다. 기대하여 주십시오.

명사순례를 하기전에 먼저 참고가 될 만한 예비지식과 기초사항 한 두가지를 소개하여 이야기의 방향을 적절히 잡아두겠습니다.

나는 전문적으로 불교를 공부한 학자가 아닙니다.

불교 신자도 아닙니다.

종교가 없다는 말이죠.

신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불교(佛敎)든지, 기독교(基督敎)든지... 또는 여타의 이름을 가진 다른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씀 입니다.

하지만 산행을 좋아하여 종종 산을 찾습니다. 그 산에는 어김없이 절(寺)이 있었죠. 오래된 고찰도 있고, 새로 생긴 신흥사찰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珉� 관심을 갖고 보아왔죠.

그러니 도통, 불교에 대하여 영~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은 아니라는거죠. ㅎㅎ...

명산대찰을 소개하면서 틈틈이 불교에 대하여, 아니 그냥 그기에 녹아 들어있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아는대로 아울러 엮어 볼 것이니 여러분도 함께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불교의 이야기속에, 불교가 있는 절에는 부처님의 불교만 모셔져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소위 중생들의 숨결이 함께 있습니다. 자연이 있고, 애환이 있고,

삼라만상이 있으며, 세월과 역사와 진리탐구에 대한 고난의 질곡이 있는거죠.

머리깎은 스님들의 고뇌, 수양의 길로 접어든 인간들의 숨결이 숨어있고, 대나무, 소나무, 바람소리에서... 바위를 휘감고, 돌틈을 헤집고 흐르는 물 소리에서 장구한 세월의 변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유(儒), 불(佛), 선(仙)'에 대한 지식을 찾아 들다보면 그 선지자들의 여유가 보일 것이고, 그들의 사고와 수행법을 이해하고 다시보면 어느듯 가슴이 뻐근한 감동을 맛 볼 수도 있겠죠.

절 집 처마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풍경소리 하나에서, 이어지는 염불, 목탁소리에서, 낮게 피어나는 연기따라 울려퍼지는 범종(梵鍾)소리에 인간의 가슴은 찌르르르... 대숲의 새들이 청아한 운판(雲板)의 울림에 반응하고, 둔탁한 목어(木魚)의 두드림에 물고기의 물가름이 달라지는 지혜를 함께, 같이... 비록 불자가 아니더라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찰 중에 우선, 며칠전에 다녀온 우리나라 3대 종찰중의 하나인 '조계산의 송광사'를 소개 하도록 합니다.

명사순례, 명산대찰을 찾아서...

송광사의 소개를 시작 하기전에 알아둬야 할 참고 사항이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서 우선 그것부터 짚고 넘어가죠.

'십(十)'과 '만(卍)'... 1.

우주(宇宙)는... ㅎㅎ... 시작부터 너무 거창한가? 어쨌건 '우주'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이어갑니다.

우주는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지는 시공간(時空間)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의미로 기독교(基督敎)에서는 '열 십(十)'자를 그리고 또 쓰는데 이것은 본래의 하느님을 의미할 수도 있고, 만물의 영혼을 의미할 수도 있을겁니다.

한편 불교에서는 '십(十)'자와 비슷한 모양새의 '만(卍)'자가 있으니...

십(十)자가 '기(氣)'의 모습이 달라지지않고 '리(理)'의 상태 - 원 모습 그대로만 존재하는 우주를 의미한다면, 만(卍)자는 씨앗에서 싻이 터고 꽃을피워 열매를 맺는것과 같은 리(理)의 작용으로 기(氣)의 변화가 나타나 우주적인 고리가 생성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기호라고 생각 하시면 별 무리가 없을겁니다.

명리학에서는 십(十)을 단순히 계수(計數)의 의미로만 보지 않습니다. 십은 단순히 갯수를 나타내는 단위 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우주 생성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십은 형이상학적 이면서도 철학적인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거죠.

십을 우리말로 '열'이라 합니다. 왜 '열'일까요? 사람이 가지고있는 두 손가락을 모두 펼쳐서 열면 열이죠. 열은 만물에 열려 있는 겁니다. 완전히 열려서 더 는 열 수 없는 그런 열림 이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양수에 싸인채 열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아홉 개의 구멍으로 살아가죠.

태어나면서 생명줄의 역할을 하던 배꼽이 닫히기 때문 입니다.

십(十)은 가로의 '일(一)'이 세로의 '일(1)'로 인하여 좌우로 나누어진 모양이며 그 두 수의 합으로 존재 합니다.

그 좌우의 둘이 합치는 중앙의 자리가 황제의 자리이자 천자로 표현되는 인간의 자리라 생각한거죠. 왕조시대에는 그 자리가 황제의 자리이지만, 민주 사회에서는 그 자리가 바로 주체적인 자각으로 천도를 깨달은 사람의 자리 입니다. 인간이 주체적 자각을 할 때 비로소 양 극단에 있는 수를 합하여 십(十)으로 합일 시킬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십(十)은 그러한 여러 이유로 많은 종교에서 신성한 의미를 가지는데,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으로써 비로소 신으로 숭앙되고, 불교에서는 십(十)을 변형시킨 만(卍)자를 상징적인 절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십(十)은 태양을 나타내기도 하여 십이 신(神)의 표상이자 인간이 신의 경지로 접어드는 것이며, 우주만물의 원동력이자 모든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의미하게까지 되어진 것입니다.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아홉 개의 공간 속에서 아홉 개의 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십은 항상 숫자 1의 모습(ㅡ,ㅣ)으로 0과함께, 없는 것이면서 있는 것으로 신처럼 '없이 존재하는 것' 이죠.

'0'은 수를 헤아릴 때 어떤 수의 뒤에 존재하며 그 수의 차원을 승화시켜 버립니다. 1은 10이 되고, 2는 20이 되며, 10은 100이 되고, 20은 200이 되며, 1000, 2000... 이 되는거죠.

즉 우리가 아홉 개의 구멍으로 아홉 개의 공간 속에서 아홉 개의 수를 사용하면서 살고 있지만, 십(十)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자각한다면 아홉 개의 공간 너머에 무한한 무극의 공간이 있음을 깨닫게 되며, 아홉 개의 수를 사용하며 살지만 우주의 작용원리이자 신성(神性)을 나타내는 십(十)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겁니다.

다시 설명하면 '십(十)자' 기호는 기(氣)의 시공간적 변화를 끝내고 씨앗이나 꽃, 열매... 즉 무엇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기독교의 기호가 됩니다.

그리고 '만(卍)자' 기호는 기(氣)의 시공간적 우주정신이 변화되며 만물이 얽혀 자연스런 - 스스로 그리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의미의 기호가 되는데 이를 불교적 기호로 사용하는 겁니다.

따라서 십(十)과 만(卍)을 대표적인 의미의 형태로 내세운 기독교와 불교의 특징은 이 두 기호의 의미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그 종교적 핵심과 역사적 흐름을 다 들여다 볼 수 있을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두 종교를 초석으로 세워진 문명적 특색도 꿰�돗�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