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의 아침햇살.

바삭거리는 낙엽 길이 좋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44여일이나 남았다.

지난 16일 오전 3시에 ‘콜’하는 음악소리도 결코 감미로울 순 없다. 그래도 몸을 일으켜 지리산으로 마음을 옮긴다.

▲ 지난 14일 내린 눈이 음지에 남아있다.     ▲ 산 기슭의 계곡.

바람이 차다. 무거운 배낭도 마음 따라 가볍다.

계절은 자연의 순리와 함께 시간의 무상(無常)함을 정직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풍나무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버리는 것으로 혹독한 겨울 준비를 마친다.

한여름 맹렬한 푸름을 과시하며 의기양양했던 나뭇잎들이 비록 낙엽이 되어∙∙∙ 거기엔 무언가 모를 우리의 옛날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 정상-대원사 방향 산행금지.     ▲ 대학생 등산객.

흘러가 버린 시간은 형체가 없어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낙엽이 내딛는 발걸음에 툭 차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허탈감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흙길은 흙길대로 돌길은 돌길대로 나름대로 운치가 다르겠지만, 떠나는 계절을 음미하기에는 낙엽 길이 단연 으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더욱 정겹다.

▲ 대학생 등산객,     ▲ 정상부근.

이제부터라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으로 자신을 온건히 지키는 나무의 지혜를 돌아보고 싶다.

단풍을 노년에 비유하면 생각이 더 풍성해진다. 이별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걸 기억하는 것도 좋은 공부다.

비우고 덜어내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져가 버린 것들이 슬프다. 한때 찬란했던 푸름도, 눈부셨던 아름다움도 시간이 거둬간다.

실행 과정에서 오는 실패를 두려워 마라.

▲ 산 기슭에서 바라본 정상.     ▲ 등산객.

필자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그날 걸어야 하는 거리를 절대 뒤로 미루지 않는다.

처음엔 실패하더라도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배워 전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달리다 넘어져 본 사람이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꾸준한 실천이다.

걷기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작용으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하고 면역력을 길러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 필자.

대개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날 때가 많다. 습관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행한다면 확연하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시간 15분여 만에 오른 천왕봉(1915ｍ), 운무가 방향을 틀어 ‘표지석’ 허리를 감는다.

이 한편의 동화가, 이 순간의 고요함이 사진에 담기길 바라며 지그시 셔터를 눌렀다.

지리산정상은 사계절 다 좋다. 오늘도 손도장(414)을 ‘표지석’에 한 번 더 찍었다.

지리산의 한 능선과 계곡을 걷는 것으로 아쉬운 주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가까이 있음이 내겐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