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는 계절

▲ 지리산 9월의 단풍

지난 28일 오후 지인이 29일 지리산으로 떠나보지 않겠느냐고 꼬드긴다.

향수(鄕愁)가 가슴을 스친다.

나는 이미 24일 천왕봉산행, 25일 천왕봉 일출보기 체험과 산행을 했다.

지난 29일 오전 6시쯤 고성읍에서 4명이 미팅하여 지리산국립공원중산리탐방안내소∼경상남도환경교육원(미니버스/8분여 이동)∼로타리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칼바위∼통천문 까지 8시간 50여 분 산행을 했다.

로타리대피소 초입구간은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돌길이 이어진다.

▲ 장터목 대피소

오솔길의 표시판이 걷는 방향을 알려줬다.

이름 모를 지리산의 야생화 앞에서 잠시 멈췄다.

다시 나무계단을 지나 돌계단을 40여 분 가면 ‘로타리 대피소’가 가까이 보인다.

대피소를 지나니 오르막이 나타났다.

좀 더 불편하고 느렸지만 그리하여 더더욱 낭만적이고 원초적이었던 산행자의 열정을 발견한다.

▲ 지리산 1700미터에서 한 컷!

해발 1700ｍ지점 기온은 12∼13℃ 안팎,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도 가빠졌다.

그 지점에서 10여 분 오르고서야 가까스로 허리를 폈다.

쉬엄쉬엄 오르막을 극복하니 수많은 보답이 주어진다.

▲ 지리산 1700미터 지점에서 만난 다람쥐. 더 추워지기 전에 한껏 배를 채울 모양이다.

가을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들고 있었다.

산행은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내 감성의 날개를 화려한 공작새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내는 천연의 항우울제다.

지리산 정상은 여전히 구름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 정상에서 바라 본 풍광

정상의 면적은 30평방미터에 불과하다.

인산인해다. (인증샷 ?)

잠시 후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한려수도에 올망졸망 뿌려진 무수한 섬들은 그 누구도 밟지 않은 버려진 땅이다.

▲ 필자

고산지대는 날씨가 변화무상했다.

천신만고 끝에 일행은 유서 깊은 제석봉에 도달했다.

구상나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간은 텅 빈 정원이다.

그래도 고급 승용차를 탈 때보다 걷고 있을 때 진정한 여행의 참맛을 느낀다.

▲ 법계사 3층 석탑

나는 위험성이 듬뿍 묻어 있는 경사진 계곡에서 자전적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유암폭포에서 휴식을 가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방은 10월12일부터 24일 사이에 단풍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