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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옥의 산행 일기] 자연의 삶과 속도
구성옥 기자  |  k003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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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7  20: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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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

언제부터가 내가 선호하는 삶의 속도에 변화가 생겼다. 더디게, 천천히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곧바로 난 길보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지난 5월 26일 오전.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숲은 시야를 간질이는 초록빛의 향연이다.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걸어가면서 풍경을 즐기고 바깥의 그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나의 마음속에 앉히기도 한다.

   
▲ 등산객

상수리나무 새잎이 가득한 산길을 걷다보면 더러는 새가 울고 또 더러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면 조금은 바쁜 마음이 쉬고 뭉쳐있던 근심도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식물은 꽃을 통해 수분하고 짝짓기를 하여 번성하게 된다. 그것을 실패하면 꽃도 나무도 죽어가게 된다.

   
 

꽃에는 식물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해온 세상의 원리와 질서가 들어있다.

무슨 일이든 대충하면 결과도 대충 나온다는 세상의 이치가 꽃 속에 스며들어 있다.

어떤 꽃은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는데다 꿀도 없는데 그런 꽃은 뭘까? 이런 꽃은 짝짓기를 바람에 맡긴다. 바람에 맡기니 누구에게 아름답게 보일 일이 없다.

한마디로 아름다운 꽃은 홀로 피지 않는다. 이뿐인가? 수많은 동물을 먹여 살리는 생태계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히다가 불과 한 달 전 ‘지혜 바위’에서 만난 지인을 또 만났다.

* 이번에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授之父母) 조선 중기 문신인 정철은 훈민가에서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셨다면 이 몸이 살 수 있을까 이 하늘같은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까’라는 시구가 있다.

또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머니 마음의 노래를 듣곤 했다.

* 아버지 첫닭 울기 전 어둠지고 논밭으로 나간 이유 지금은 알았습니다/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 메마른 땅 일구며 구슬땀 흘린 사연 가슴 저려 옵니다/ 객지 나간 자식 위해 새끼줄 묶은 쌀 푸대 둘러메고 검게 탄 얼굴로 불쑥 찾아와 부끄러웠던 기억 한없이 후회 합니다/ 줄줄이 딸린 자식 논마지기 마련코자 엄동설한 소쿠리에 담은 서릿발 같은 보리밥 먹으며 노가다의 아픈 사연 눈물 납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막걸리 한 사발 내손으로 대접 못해 평생 마음에 걸립니다/ 무섭고 엄했지만 자식 위해 일생 바친 아버지/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등등∙∙∙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 어머니를 이해하려면 대화가 필요하지만 아버지를 이해하려면 아버지 나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정상에 도착한 탐방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경 속으로 빠져든다.

   
▲ 등산객

이들은 아름다운 풍경 하나하나를 놓칠까봐 연신 휴대폰으로 시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니 좁다란 정상은 탐방객들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483.022㎢로서 3개 도 1개 시 4개 군에 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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