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기운이 감도는 지리산

겨울은 꿈틀대는 봄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4일, 만물이 소생하는 경칩을 앞두고 지인과 함께 지리산주봉(1915ｍ)에 올랐다.

▲ 산행

굽은 길을 따라 양쪽으로 이어진 나무에 물이 오르고 마침내 계곡은 속살을 드러냈다.

혹독한 추위로 힘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부드러운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기도 한다.

오전 10시 40분께 멋진 하늘구름 풍광에 빠져드는 지점(개선문1700ｍ)에서 삼십대 초반 직장동배를 만났다.

추억의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 가는 겨울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휴식중인 등산객

그는 자신에게 거짓이 없고, 타인을 속이지 않는 호인으로 통했다.

좋거나 나쁘거나 생의 피로가 쌓여 있었다.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싶어도 각자의 신체에 아로새겨지는 세월의 얼룩이란 지울 수가 없다.

탱탱하고 윤기 있던 피부는 아래로 자꾸만 처져가고, 없던 새치마저 머리 구석구석 제 세를 불린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에 절망할 것까진 없다. 늦게 늙는 사람이 있고 일찍 늙는 사람이 있다.

나는 동배를 보내고 뾰족하게 솟은 바위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사람은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바뀌고, 운명을 바꾼다.

▲ 얼어붙은 유암폭포, 계곡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갖는 것과 나쁜 습관을 버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사람은 역정에 처하지 않으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려고 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은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아직 한창 젊은데 온종일 ‘피곤하다’며 울상 짓는 사람이 있고, 인생의 황혼녘에 다다랐지만 활기 넘치는 정력적인 사람도 있다.

▲ 필자

이유가 뭘까?

주로 앉아서만 생활하고, 잠을 적게 자고, 운동 부족일수록 뇌가 빨리 망가진다는 것. 이것만 교정해도 젊고 건강한 뇌로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리산정상∼제석봉 구간의 눈길은 재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