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정상에서 본 전경

- 막혔을 때 산행은 뚫어준다

겨울산행은 묘미가 더 쏠쏠하다.

지리산 정상(1915ｍ)에 서면 몸이 날아갈 듯한 강풍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지난 17일은 (음력 1월 2일)이다. 새벽 3시 휴대폰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리산 국립공원중산리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작하니 칼바람이 실시간으로 불어왔다.

자동차 뒤 좌석에 미리 준비해둔 패딩점퍼 등 다양한 장비를 배낭 속에 더 넣었다.

새벽인데 지리산 정상의 ‘하얀눈’이 보인다. 비탈길을 지나 능선과 많은 돌계단을 오르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 지리산 정상을 향해

힘겹지만 로타리 대피소(해발 1335ｍ) 지점, 정진할 수 있는 힘, 에너지를 얻었다.

조급했던 마음을 잊고 이젠 조바심내지 않고 쉬어가니 지혜로운 정보가 머릿속을 스친다.

등산옷을 때 깔 나게 입은 3명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많은 것을 잊은 채로 앞만 보고 자신의 꿈(정상)에 한발 다가가고 있다.

▲ 계곡얼음 위에 선 등산객

“혹시 여러분은 등산을 하면서 당신보다 느린 사람은 멍청이이고, 빠른 사람은 ☓☓☓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부분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보다 느리거나 빠르게 등산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이 더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견해나 인식에 담긴 주관과 편견, 선입견, 경험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그대로 바라본다고 스스로 여기는 발상인데, 사실은 착각이다.

▲ 정상 표지석을 안고 구성옥

정상 맑음, 칼바람에 영하 10℃ 안팎. 점점이 떠 있는 섬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바다는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다.

정상에서∼제석봉 그 길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다. 하얀눈과 기암절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간혹 산행을 하다보면 큰 바위∙ 노거수(老巨樹)가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오랫동안 건강하게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진 곳이기 때문에 사람이 기를 받기에도 좋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제석봉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10분가량 황홀경에 빠졌다.

▲ 지리산정상에서 바다를 보고 사색에...

지리산은 산꾼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산으로 불리옵니다. 부드러운 산세와 계절마다 새로운 장관을 수시로 연출하고 역사적 사연과 선인들의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까지는 아이젠은 필수. 얼어붙은 유암폭포는 예술이고 카메라렌즈 앞 산꾼들의 주름진 얼굴마다 미소가 번졌다.

▲ 유암폭포, 자연이 만들어 낸 풍광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자연 앞에 사람은 항상 빚지고 산다.

산행시간은 8시간정도, 무리하지 않고 가볍게 산행을 했다.